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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학생부군신위, 생은 배워가는 것

by 거꾸로 아빠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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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려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현상, 무언가 새로운 말할 거리가 계속 있어야 한다. 그 새로운 것은 미래의 것이든, 머나먼 과거의 것이든 상관없다. 지금의 현상과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대안까지 내세울 수 있으면 더없이 훌륭하다.

 

가슴을 울리는 인사이트는 동서고금의 고전에서 발견되기도 하며, 명철한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는 내일에 대한 묘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혹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동시대적 가치의 조합과 의도적 삭제를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그 모든 노력은 공부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대화로 그 책과 사람을 읽으며, 마침내 이에 대한 글을 쓰고 논함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독서, 대화, 글쓰기 이 세 가지는 공부에서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

 

공부를 통한 지식의 발견은 즐겁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무언가를 해독하고 그 깊은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비일상적인, 결코 만만치 않은 텍스트를 읽는 작업은 일단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내 허리는 멀쩡하지 않고 목은 거북목이 되어버렸다. 눈은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체력은 저질이 되어버렸다.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할 수 없이 날을 새야만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땐 모든 공부를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공부를 통한 깨달음의 달콤함은 한번 중독이 되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공부를 통해 얻는 정신적이고 실질적인 이득이 나에겐 훨씬 많았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공부를 하게 된다. 그게 무슨 공부든 간에.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생명 유지 활동이다. 우린 잘 살아가기 위해 노하우를 터득해간다. 공부 또한 잘 살기 위한, 그리고 결국은 잘 죽기 위한 생명 유지 활동이다.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을 줄여가는 것, 모르는 것에 비해 아는 것을 늘려나가는 것. '생은 배워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에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우리 모두를 '학생(생을 배운다)'이라고 표현했다. 제사를 지낼 때 특별한 관직을 거치지 않은 조상의 위패에 '학생부군신위(배우는 학생으로 인생을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신령이시여 나타나서 자리에 임하소서)' 라고 적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는 내내, 우리는 배움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생명 유지 활동을 할 수 있다.

 

 

세상엔 배울 것 투성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알지 못하는 대상과 마주한다. 사람이든 사진이든 일련의 사태든 무언가를 모른다는 자각이 생기면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태도와, 그게 무엇인지 묻고 공부를 통해 확인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후자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나뉜다. 여유가 있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의 능력은 제한적이고 세계는 무척 넓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지식을 간접 경험으로 획득한다. 아마도 생을 통한 경험의 90퍼센트 가량이 간접 경험일지도 모른다.

 


평생 배우고 산다는 말, 평생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잘 안다.

더구나 요즘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기에 배움의 사이클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서점에 각종 트렌드 관련책은 경쟁이나 하듯 마구 쏟아지고 있다.

작년, 제작년에 유행했던 것들이 마치 먼 옛이야기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너무 빨라 못 따라갈 지경이다.

어처구니...

 

한때 트렌드 홍수에 휘말려 빠져 죽을 뻔 했지만 이제 중심을 좀 찾아가는 듯 하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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