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험의 본질]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일리 커피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내 옆에는 커피가 항상 따라다닌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커피의 맛을 알아갈수록 커피에 대해 찾아보게 되고 커피에 대한 지식이 쌓일수록 커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중독자가 되어버렸다.

 

커피 중독자가 되어버린 이유가 커피의 카페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커피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에 나도 모르게 넘어가버린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일리 커피는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궁금해진다. 일리 커피의 경영자인 리카르도 일리의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무엇인지 읽어보시라.

 

브랜드 경험의 본질

'부'의 또 다른 모습

우리의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지난 10년에서 20년 동안 고객 기반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주로 이탈리아인들을 대상으로, 아버지는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주력했다. 이제 우리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태국, 인도, 한국 등에 사는 새로운 고객들을 갖게 되었다.

이 새롭고 부유한 고객들(중국에만 550만 명의 백만장자가 있다고 한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삶에 있어 진정한 선택을 했다. 이들은 원하는 것을 사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여행하며, 최고의 품질을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재원을 갖고 있다. 

부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숫자로 정의하기보다는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으로 나타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순서가 있는 인간의 필요 욕구에 따른다. 사람은 따뜻한 환경에서 먹을 것과 주변의 안전이 보장되고, 사랑받으며, 성취감을 느낄 때 비로소 삶을 더 가치 있게 해 줄 경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간단히 말해 우리와 같은 회사들, 어쩌면 당신의 회사에도,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부가 꼭 돈에 대한 것만은 아니듯 품질 역시 반드시 비용에 대한 것은 아니다. 품질은 고객에게 더 나은 무언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단순한 경험들이 오히려 최고의 경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을 기쁨으로 가득 차게 하므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나른한 오후 시간에 몇 유로만으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가장 비싼 식사만큼이나 즐겁고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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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과 불완전한 아름다움

고대 그리스인들은 칼론(kalon)이나 도덕적 또는 육체적 아름다움의 개념에 대해 끝없이 논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황금비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삶의 모든 측면을 판단하고 과잉과 부족 사이의 완벽한 중간 지점을 구분하기도 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음식.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칙칙하지도 않은 작품의 기준이 되는 황금비율 말이다. 이것은 확실히 절제된 삶을 사는 방법의 좋은 예이며 절묘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인칸토의 비전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어떤 철학자들은 아름다움을 피상적인 겉모습보다는 수메트리아(summetria)나 '좋은', '적절한' 또는 '적합한 비례성'의 측면으로 보았다. 기능을 우선하는 철학자들은 금으로 된 숟가락보다는 나무로 된 숟가락이 그 기능적인 목적에 더 적합하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는 필레보스(philebus)에서 “우리가 선한 것을 한 형태로 포착할 수 없다면 아름다움, 비율, 진리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 체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는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제작한 물건이 물리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품의 본질, 성분, 출처에 대해 정직해야 하고 고객에게 그 제품이 있어야 하는 순간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인칸토의 렌즈를 통해 보면 고대 철학자들이 우리에게 원재료와 제조상의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고 고객에게 정직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여기에 자기 자신의 통찰력을 추가하고 싶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그것을 볼 때마다 기쁨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항상 까다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전통에 대한 의식이 강하고 진정성을 쫓는 사업의 한가지 장점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광고 대신 디지털 방식으로, 라디오 대신 팟캐스트로 미디어 채널이 변하더라도 비즈니스의 스토리를 계속 전달할 수 있다. 그것도 계속해서 같은 스토리를 말이다. 

유동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시장 환경에서 경쟁업체들이 우왕좌왕하며 충동적으로 반응할 때도, 인칸토 비즈니스는 일관되게 자신들의 역사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입지를 굳혀 나간다.

일리의 이야기는 고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부분도 있다. 우리에겐 모든 이탈리아인이 매일 아침 출근길에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서 마주하는 깨끗하고 단순한 느낌의 로고가 있다. 이러한 스토리는 당신과 당신의 고객 사이에서 일종의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컵은 말 그대로 다른 에스프레소 컵과는 잡는 손의 느낌이 다르다. 손잡이가 조금 더 높게 위치해 있어 컵의 균형점부터가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이 컵으로 하루를 시작한 이탈리아인이라면 그들의 뇌에서는 신경학적 자동 연상 작용이 발생한다. '일리=커피’이며, 더 중요한 것은 '일리=나의 커피'로 자동 연상이 완성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광고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고객들이 우리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두뇌의 이러한 연상 작용과 고객과 제품 사이의 감정적인 연결은 여러분의 제품을 좋아하고,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일부가 된다. 고객이 컵을 들고 있거나, 일리의 캔을 보관할 때마다 그러한 관계 구조에 또 다른 벽돌이 쌓이고 확장되는 것이다. 그러한 정신적인 연결고리는 더욱 튼튼하고 단단해진다. 만약 당신만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컵이나 캔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먼저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제품과 고객 사이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제품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가 없다면, 현재 또는 잠재고객은 당신의 브랜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고객은 자신을 잃지 않는다. 형편없는 제품과 별 볼 일 없는 브랜드는 가감 없이 버릴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고 스토리에 새로운 장을 추가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자세가 광고를 만들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이미지나 슬로건의 세부 사항은 부분 부분 바뀔지라도, 제품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에는 항상 충실해야 한다. 

 

일단 효과적이고 회사의 메시지를 독특하게 전달할 수 있는 광고 캠페인을 찾았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광고 대행사들은 종종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하며, 당신의 조직원들이 대규모의 재출시나 리브랜드를 모색하고 있을지 모른다. 기존 전략이 너무 형편없어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브랜드 재료를 개선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놀라움이 중요한 이유

오늘날 대중적인 시장의 제품들은 오로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고객을 놀라게 하거나 기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비극적인가? 나는 너무 많은 회사가 오직 광고에만 모든 창의성을 쏟아붓는 것을 보며 놀랐다. 

유명인을 앞세우거나 웃기는 카피,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충격요법'을 동원하여 고객들을 놀라게 한다. 그들은 왜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광고 또는 빌보드를 활용한 놀라움은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정신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고객과의 유대 강화라는 실질적인 목표는 획득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성인 고객들은 그저 피곤하고, 과로하고, 여기저기 신경 쓸 곳이 많아서일까. 지루한 회사들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상상력을 발휘하기 귀찮아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확하다. 소중한 용돈으로 구입하는 물건이니 만큼 당당하게 놀라움을 요구한다. 심지어 좋은 품질을 요구하기도 한다. 

 

성공을 거둔 어린이제품 대부분은 특별한 부분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유럽의 경우 아이들은 어김없이 킨더 조이 초콜릿을 사달라고 조른다. 달걀 모양을 한 각각의 초콜릿 껍질 속에는 작은 장난감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다. 하지만 은박지로 쌓여있어 겉모습 만으로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추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상하기 힘든 장난감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더 궁금하게 만들고, 더 열심히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어른들은 놀라움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므로 놀라움의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가격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놀라움을 느낄 즐거운 시간이 없어도 잘 지내는 법을 배운다고나 해야 할까. 놀라움은 상쇄되어야 할 추가 비용인 것처럼 생각되어 절충하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기도 한다. 또 현실적으로 놀라움을 즐기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함께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격과 기능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고객을 놀라게 해야 하므로 몇 배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바로 이것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식이며 모든 위대한 이탈리아 기업들이 따르는 공식이다.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던 많은 유명 제조업체들이 실패한 원인은 간단하다. 더 과감한 경쟁업체가 놀라움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기 전까지 고객을 놀라게 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위치를 방어할 수 없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우수성을 유지하려면 놀라움을 감수하거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향상된 품질을 제공할 때는 필연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일리는 고객이 제품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한다. 당신의 고객에게도 그러한 교육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컬러 브로셔를 인쇄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겠지만, 의도한 대로의 놀라움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고객이 각 제품의 특정 부분에서 진정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경험의 본질

인칸토를 말하다

이 책을 통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주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정식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개인의 선택이다. 양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수집하고 모으고자 하는 것은 일종의 유혹이다. 사람들 각자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다르다. 

삶은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이 아니다. 삶이란 적지도 많지도 않게 충분한 양의 더 나은 것을 얻는 것이다. 자코모 레오파르디(Giacomo Leopardi)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시골 생활을 경험한 이탈리아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시 《마을의 토요일 Sabato Del Villaggio》을 썼다. 그 시는 어느 휴일 하루 전의 저녁 시간, 한 마을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을 묘사하고 있다. 어린 소녀들이 머리에 장식할 리본과 꽃을 모으고 있다. 어린 소년들은 잔치를 기대하고 나이 든 여성들은 그들을 보며 자신들의 지난 젊음과 아름다웠던 날들을 회상한다. 시의 내용에서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일주일 동안의 노동으로부터 잠시 해방된 시간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시속의 주인공들은 그다음 날에 있을 마을 잔치에 대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다.

"행복한 어린 소년이 되어라. 즐거운 시간은 바로 이때다. 이제는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휴일이 조금 늦었다고 해서 너무 슬퍼 말아라."

이 시는 중요한 진리를 말해주고 있는데, 인간의 기대와 향수가 하나로 포장되어 오래도록 사랑받았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고대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 경험이 덧없다는 사실을 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쁨은 일시적인 것이다. 

첫 키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마음속의 마지막 키스와 뒤엉켜 있다. 우리는 언젠가 비가 오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화창한 날은 씁쓸한 달콤함으로 채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깨달아가며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좋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너무 많이 갖고 있지는 않다. 나는 좋은 음식을 먹고 즐기지만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노력한다. 무엇인가를 너무 많이 먹거나 지나치게 즐겨서 나의 욕망을 끝까지 충족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완전히 배가 부르기 전에 먹는 것을 중단한다. 와인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다(또 그로 인한 숙취를 견디고 싶지도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언제나 내가 지키는 선이 있다.

가장 심오한 삶의 기쁨은 단순함이다. 모든 사람이 매일매일 부담할 수 있는 질 좋은 작은 것들이 우리 삶을 만족스럽게 채워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기회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인칸토는 제품에 놀람과 즐거움이라는 추가적인 요소를 투입하는 방법이다. 당신의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완벽함을 추구하거나, 당신이 하는 일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많은 양을 만드는 일은 아니다. 

또 직원과 고객 모두와 함께 당신의 비즈니스 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이탈리아적인 아름다움의 감각을 불어넣는 것이나 다름없다. 간단한 제품을 아주 뛰어난 품질로 만들기 위해 내 인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바로 이런 태도에서 인칸토가 주는 커다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