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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천원을 경영하라] 집중은 본질만 남기고 모두 덜어내는 것이다

by 거꾸로 아빠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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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는 예나지나 늘 우리 주변에 있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상품 가격도 늘 그대로다. 제품의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가성비는 줄지 않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이게 늘 궁금했었다. 값이 싸다고 가성비가 좋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 말도 안 되는 비밀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

 

이는 바로 창업주인 박정부 회장의 치열한 본질경영에 있었다. 아무리 경쟁자가 자본과 물량으로 밀고 들어와도 도무지 경쟁이 안 되는 압도적인 격차를 만들어낸다.  다이소의 경쟁업체는 바로 다이소였던 것이다. 집중은 본질만 남기고 모두 덜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본질에만 몰두하고 집중하는 사람만이 운명과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세게 다가온다. 본질만 남기고 다 버려라.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들이 있다. 업의 본질, 치열하게, 압도적인, 철저하게, 꾸준히, 반복하라, 기본에 충실하라, 집요하게, 놀라운, 감동, 세세한 것 하나까지...  느낌이 오는가. 읽어보시라.

 

천원을_경영하라_책
천원을 경영하라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도록

 

그러나 저가 균일가 용품점이라고 해서 가격만으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놀랄 정도로 저렴하되 품질은 기대보다 훨씬 뛰어나야 하고, 상품마다 고객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어야 하되 종류가 풍성해야 한다.

무조건 싼 것이 다이소의 가치는 아니다. 가격에 품질, 재미, 볼륨 등이 함께 연계되어 매대 앞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놀라운 가치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한두 가지 상품만을 전략적으로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3만 가지 상품 하나하나에 그런 '만족'과 '서프라이즈'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가성비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라고, 나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놀라운 가치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회사의 경영이념이다. 그래서 첫 매장 오픈부터 지금까지 '가격에 비해 최소한 2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 상품을 판매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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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

사업 초창기 최고경영자들이 모이는 어느 조찬 모임에 참가했을 때다. 본격적인 강연을 앞두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끼리 간단히 소개도 하고 인사도 나누었다. 마침 옆자리에 앉았던 다른 회사의 경영자 한 분이 내게 질문을 해왔다.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십니까?"
"천 원 균일가숍을 운영합니다."
그분은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다른 분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지만 그래도 연매출이 수천억을 넘던 시절이었다. 내가 알기론 그분의 회사보다 우리 회사 매출이 훨씬 컸지만, 1,000원이라는 단어 한마디만 듣고 나를 무시해버린 듯했다. 그분에겐 1,000원짜리를 파는 균일가숍이 그다지 전망 있는(?) 사업으로 생각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날 3조 매출을 지탱해준 것이 바로 1,000원짜리 1장의 힘이라고 믿는다. 1,500여 개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던 것도 1,000원 1장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룬다고 했던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작은 일을 철저히 해야 큰일을 할 수 있고, 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한방의 홈런 속에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땀방울이 녹아 있다. 홈런은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과정은 생략한 채 홈런이라는 한 방의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꾸준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



오로지 상품력, 입소문이 최고의 광고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는 상품을 알릴 마케팅 수단이 거의 없다. 가격을 할인할 수도 없고, 끼워주기를 할 수도 없다. 행사나 판촉활동도 없다. 1,000원짜리는 언제나 1,000원이고, 2,000원짜리는 언제나 2,000원이다. 1년 내내 똑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오로지 상품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때문에 경쟁업체가 내놓는 상품을 압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 다른 매장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상품을 4,000원에 파는 것이 경쟁력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3,000원에 팔아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2,000원, 더 나아가 1,000원에 팔기 위해 도전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의 기준에 도전한다. 경쟁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다. 거기에서 살아남은 상품만이 곧 경쟁력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몇 년간 각종 스포츠 종목에 후원을 해서 TV 중계에 자막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을 모두 중단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광고나 홍보가 아니라 오롯이 상품과 매장에 집중하고 스스로를 갈고닦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장이 광고다. 한번 온 고객이 다시 오는 것, 상품을 써본 사람의 입소문으로 재구매가 일어나는 것, 오직 가격과 상품이라는 균일가로 업의 본질로 승부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광고다.

 


매장에서 사나운 개를 내쫓아라

옛날 옛적, 중국 송나라에 술을 아주 잘 빚는 사람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칭송할 정도로 솜씨가 뛰어났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운영하는 술도가에는 사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술도 잘 팔리지 않아 상해서 시어지기 일쑤였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술 빚는 과정도 점검하고 술맛도 면밀히 검토했다. 아무리 봐도 술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문에 묶인 채 큰 소리로 짖어대는 개를 발견했다.
"혹시 저 녀석 때문에?"
그랬다. 술이 팔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집 앞에 묶어둔 '사나운 개' 때문이었다. 개가 사나운 사람들은 무서워서 가게에 들어올 수 없었고, 손님이 안 찾아오니 술이 팔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의 구맹 주산(狗猛酒酸)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이는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간신배가 있으면 나라에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비단 정치에만 국한된 것일까. 매장 관리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리 매장에도 '사나운 개'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사나운 개'는 누구일까? 다이소를 찾는 이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매장 직원들이 몹시 바빠 보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소는 상품 회전율이 워낙 빨라 매장 직원들은 온종일 상품 채워 넣기에도 바쁘다. 고객들 얼굴 한 번 쳐다볼 시간이 없다. 고객이 상품에 관해 묻고 싶어도 점원이 진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굳은 표정 때문에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들다면? 그들이 고객에게는 '사나운 개'로 비칠지 모른다.

누구를 위한 진열인가? 무엇을 위한 정돈인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잘 진열하고 매장을 잘 꾸며놔도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그래서 피크타임에는 진열 일을 잠시 멈추고 고객 응대에 집중하도록 했다.

매장에 들어온 구매 고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계산대이다. 상품을 많이 사든 적게 사든 상관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계산대를 통과하는 사람들이 진짜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고객 접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계산대이다. 그런데 마침 그날따라 계산원이 아침부터 속상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짜증으로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면 어떨까? 고객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도 괜히 눈치를 보거나 부담스러울 것이다.

점원이 누구냐에 따라 고객 서비스에 편차가 생기면 안 된다. 기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날씨에 따라 직원의 마인드가 달라져서도 안 된다. 매뉴얼을 기본으로 습득해 몸에서 배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알고 보면 고객에게 불친절한 직원, 무관심한 직원 모두가 손님을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일을 잘 못 하면 물어보고 배우면 된다. 하지만 주인의식이 없으면 곤란하다. 다이소라는 브랜드를 가슴에 달고 있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하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는 술도가 앞에서 손님을 내쫓던 사나운 개가 되고 말 것이다.

 


관심을 갖고 열정으로 풀어라

일이라는 게 끝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고민하는 만큼 이루어진다. 챙기는 만큼 챙겨진다. 챙겨지는 만큼 결과가 나오고, 챙기지 못한 만큼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니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챙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심을 가지면 마음이 달라진다. 마음이 달라지면 방법도 찾아진다. 일도 그렇다. 시켜서 하거나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된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일에 미친 사람이 된다. 일에 미친 사람들, 집중호우가 쏟아진 그날 다시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린 파트장, 지역장, 부문장들처럼 말이다.
그들이 바로 다이소의 관리자들이다.

일반적으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펙을 주로 본다. 좋든 싫든 인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펙보다 열정을 더 중시한다.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그 대상에 열중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이 나온다. 열정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거인을 깨운다. 그래서 열정이 있으면 일을 잘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부족해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스펙이 좋고 어학점수가 높아도 열정이 없으면 연료가 떨어져 가는 엔진처럼 추력을 잃어간다. 조직 내에서도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존재가 된다.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직에 잘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조직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우리 회사는 채용할 때 면접시험에 앞서 지원자들에게 3개 이상의 매장을 돌아보고 장단점을 서술하라는 과제를 준다. 지원자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 관심과 열정이 있으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그저 겉모습만 피상적으로 훑을 뿐이다.

비록 파트타이머로 시작하더라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그중에서 우수한 사원은 점장으로 발탁되고, 점장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파트장이 된다. 실제로 현장 직원으로 출발해 주요 관리직까지 올라간 사람들이 많다. 일을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남이 정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그 일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열의, 열정을 갖고 몰입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열정이란 뭘까? 이처럼 관심과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관심을 기울이고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하는 것이다. 올인하는 것이다. 혹시 어린 시절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워본 적이 있으신지. 햇빛이 오롯이 한 지점에 모여야 종이를 태울 수 있다. 한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고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열정은 몰입과 집중을 만나 뜨거운 성과를 낸다. 내가 수많은 사람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주 특출한 소수를 제외하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간절함과 관심, 열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천원을 경영하라


나는 아직도 고객이 두렵다

《세계 장수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의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 교수는 장수기업이 되는 비결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이념과 삶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한 많은 기업은 대부분 창업정신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된 기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창업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끝없는 도전과 혁신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톱(top)이 되는 것은 어렵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 남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어렵다. 지금 당장은 '초격차' 지위를 자랑하더라도 방심하는 순간 외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경쟁자는 우리 안에 있다. 바깥의 경쟁자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하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결국 고민하는 집요함이 운명과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남들이 들어가지 않은 틈새시장에서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움직이면서 만들어온 성과라는 점에서, 그동안 애써준 직원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대들의 노력과 정성이 모여 오늘을 만들었다.

나는 고객이 두렵다는 생각으로 30여 년 간이 사업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언제까지 균일가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도 밤에 잠이 안 온다. 균일가 정신이 느슨해질 때 경쟁자들은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초심을 잃을 때, 그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인 것이다. 

나는 창업자로서 나의 일에 정년은 없다. 따라서 은퇴는 더더욱 생각할 수가 없다. 고객에게 가격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 국민 가게, 국민 브랜드로 국민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존재 이유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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