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능력으론 향우 장세를 예측할 수 없다. 향후 장세 전망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사실만 제대로 깨우치면 당신은 고수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한 말이다.
"나는 차트로 내일의 주가를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 거시경제나 산업 전망을 보고 투자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절대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꺼림직하더라도 받아들이십시오."
워런 버핏의 충고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행성의 궤도는 선형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정확히 계산만 한다면 행성의 궤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할 수 있다. 당구공의 움직임도 물리학을 이용해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당구공이 살아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면 예측할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세포분열이나 면역체계 그리고 경제활동(주가, 환율)은 살아 있는 당구공처럼 움직이기에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분야다. 인간 활동과 관련된 경제활동은 비선형적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물리학자 뉴턴은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날린 뒤에 이렇게 말했다.
"별자라의 운행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을 할 수가 있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주식투자자의 마음은 도무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유럽의 경험 많은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툴라니는 이렇게 말했다.
"주가의 움직임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가 아니면 사기꾼이다."
그렇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내일, 다음달, 내년의 주가, 환율, 금리, 부동산 가격을 알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 착각 때문에 재테크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다.
그럼 왜 인간은 모르는 것도 안다고 착각하게 될까? 두뇌의 치명적인 인식체계 결함 때문이다. 증거를 보자
1970년대부터 간질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뇌량 절단 수술'을 해왔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부분이다. 뇌량을 절단한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환자들이 모르는 것도 안다고 대답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량 절단 환자에게 왼쪽 눈으로만(오른쪽 눈은 가리고) 지시어를 읽고 행동하라고 했다. "웃어라"라는 지시어를 보여주면 환자는 지시어대로 웃는다. "손등을 긁어라"는 지시어를 보여주면 환자는 손등을 긁는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에게 "당신은 지금 왜 웃고 있나요?" "당신은 왜 손등을 긁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환자의 대답이 엉뚱하다. 왜 웃느냐는 질문에는 "당신들이 정말 우습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왜 손등을 긁느냐는 질문에는 "손등이 가렵기 때문에 긁는다"ㅏ록 대답을 한다.
환자들은 왜 엉뚱한 대답을 할까? 행동한 뇌와 대답한 뇌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시어를 읽고 행동한 뇌는 우뇌(왼쪽 눈)다. 그러나 질문에 대답하는 뇌는 좌뇌다. 뇌량이 절단된 환자의 좌뇌는 우뇌로부터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뇌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서 대답한다. 좌뇌는 '이럴 때 웃는다. 손등을 긁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라는 통념이나 신념에 따라서 대답을 한 것이다. 결국 이 환자는 모르는 것도 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셈이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믿는 현상은 뇌량을 절단한 환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의 인식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도 안다고 착각하는 인식체계의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는 차트분석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미래 주가를 과도하게 확신해서 파멸에 이르는 것이다.
어느 날 제자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스승님, 무엇이 아는 것입니까?" 공자의 대답은 과히 탁월하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해주겠다는 점쟁이, 예언가, 경제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든지 마라." 워런 버핏의 충고다. 차트분석이든지, 경제전망이든지,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 말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라는 게 주식투자의 대가가 주는 충고다.
주식투자는 바다를 항해해서 보물섬에 도착하는 게임이다. 게임에서 이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대다수 사람들은 언제 동남풍이 불지, 언제 폭풍우가 올지 예측하고 이를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떤 폭풍우가 몰려와도 난파당하지 않을 튼튼하고 빠른 배를 선택하려고 배에 집중할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이기는 방법은 향후 장세 전망이 아니라 기업분석에 달려 있다. 부동산투자도 마찬가지다. 타이밍 예측보다는 입지 분석이 더 중요하다.
나는 고수이고 싶다. 이제부터는 하수처럼 예측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에 매진할란다. 예측은 공부의 영역이 아니나 대응은 공부로 충분히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디에 매진해야 할지 아는 것이 중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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