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차트 도사들이 툭하면 인용하는 '신성한' 비전이 있다. 바로 '엘리어트 파동이론'이다. 차트 분석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마치 점성술 같은, 말도 안 되는 사이비 이론이다. 여러분이 이 엉터리 이론에 현혹되어 돈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실체를 까발린다.
▷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진짜 비밀
우주와 삼라만상에는 어떤 법칙이 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과 겨울이 연이어 나타나고, 이 모든 변화가 질서 있게 나타나는 것은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도 인간에 의하여 움직여지고 인간 또한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법칙이 주식시장에도 적용될 것이 틀림없다. 주가는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러한 신비로운 파동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파동이 바로 상승 5파, 하락 3 파다.
이처럼 엘리어트는 자신이 주가를 포함한 우주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일반 원리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팔아서 밥 먹고 사는 차트 도사들은 '피라미드의 비밀', '피보나치 수열', '황금비율', '피타고라스', '5각형 별' 같은 신비하고 비밀스런 단어를 자주 들먹인다. 모든 가짜는 진짜보다 더 비밀스럽고 신비스럽다. 그래야지 더욱 그럴듯해 보이고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들 단어가 왜 나오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황금비율이란 무엇인가. 황금비율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신용카드의 가로와 세로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은 1:1.618이다. 황금비율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액자, 창문, 책, 십자가 등에 사용된다. 또 피라미드와 오각형 별 모양에도 황금비율이 나타난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피타고라스가 등장하는 이유는 피타고라스가 자신의 비밀 교단의 상징으로 오각형 별 모양이 그려진 휘장을 사용했고, 자신의 자화상 오른손엔 피라미드를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자로서는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론 이상한 종교 집단의 교주였다. 그는 콩을 먹지 말라는 이상한 계율도 만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탁월한' 해석에 따르면 콩이 여성의 음부랑 닮았기에 피타고라스가 못 먹게 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도 집 뒷문으로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지만 집 뒤로 콩밭이 펼쳐져 있어서 도망가기를 거부하고 적에게 잡혀 죽었다고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피보나치수열에 대해서 알아보자. 수학자 피보나치가 발견한 다음의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부른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피보나치수열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앞의 두 숫자를 더하면 다음 숫자가 된다. 둘째, 바로 앞의 숫자를 뒤의 숫자로 나누면 황금비율(1.618)에 접근한다. 셋째, 한 숫자를 하나 건너의 숫자로 나누어나가면 그 값은 점점 2.618에 접근한다. 넷째, 1.618의 역수는 0.618이며, 2.618의 역수는 0.382가 된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은 주가가 상승파동과 하락파동을 보이는데, 그 상승폭과 하락 조정폭이 피보나치수열에 나타나는 0.618과 0.382의 비율을 따른다고 말한다. 여기까지 다 이해했다면 당신은 대단한 지력의 소유자다. 하여튼 누구나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다. 그러나 전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엉터리니까.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주가가 엘리어트 파동이론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가는 파동이론이 미리 정해준 대로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의 운명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것과 같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진짜 비밀은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용어를 이용해서 그럴듯하게 만든 엉터리 이론에 불과하며, 주창자와 전도자 모두 돈을 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피타고라스, 오각형 별, 피라미드, 피보나치수열, 황금비율 등과 같은 모호라고 신비한 단어 때문에 일반인들이 속기 쉬울 뿐이다.
▷ 희대의 엉터리 예언 사업가 로버트 프리처
또 다른 도사로 로버트 프리처가 있다. 로버트 프리처는 예일 대학을 다닐 때 주식시장과 사회심리학의 유사함에 흥미를 가졌다. 대학 졸업 후 4년 동안 록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 후 주니어 기술 분석가로 메릴린치 증권사에 입사했다.
거기서 무명의 회계원이던 엘리어트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에 심취했다. 엘리어트는 1946년 '자연의 법칙 - 우주의 신비(Nature's Law-The Secret of the Universe)'라는 글에서 파동이론을 발표했다.
엘리어트는 주가가 상승 5파와 하락 3파의 파동을 만들며, 한 파는 더 작은 파동으로 나뉜다고 했다. 주가는 밀물과 썰물처럼 파동을 만들며 조정한다고 주장했다.
프리처는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에 매우 흥분하여 1979년 메릴린치를 그만두고 조지아 주 게인스빌에서 몇 년 간 엘리어트 파동이론으로 투자 조언에 나섰다.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하자 투자자들은 주가가 3,000포인트를 간다고 주장한 프리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세장이 프리처의 주장대로 계속해서 이어지자 명성은 날로 높아졌다. 강세장이 지속되던 1980년에 프리처는 전국 TV 방송에 인터뷰를 하고 투자 잡지와 설명회를 휩쓸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1987년 10월, 주가 대폭락을 지나면서 프리처의 예언은 퇴색하기 시작했다. 1987년 10월 대폭락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오락가락했다.
1987년 10월 5일 다우지수가 2,600을 웃돌고 있을 때 그는 향후 10퍼센트 하락할 확률은 50대 50이라는 단기 전망과 함께 단기 매입과 매도를 권유했다. 한편 기관투자가들은 다우지수 3,686을 목표로 계속 보유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실제 다우지수는 폭락했다.
주가가 500포인트 대폭락을 하자 프리처에 대한 찬양은 증오와 노여움으로 변했다. 투자자들은 다우지수가 예언대로 3,686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비난했다. 다우지수가 2,000포인트 가까이로 폭락한 후에야 그는 장기 약세를 전망했고, 재무성 채권을 사라고 했다. 또 1990년대 초 재매수를 추천하지 않아 이후 강세장을 놓쳤다.
거듭된 실패로 프리처의 예언 사업은 시들해지고 사실상 은퇴를 했다. 2002년도에는 새로운 예언을 담은 책 『폭락 극복하기(Conquer the Crash)」를 발표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중의 기억력은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그의 새로운 예언은 현재 네 자릿수의 다우지수(현재 8,900)가 세 자릿수가 된다는, 즉 10분의 1로 폭락한다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그의 예언은 또 빗나갔다.
▷ 실전주식투자대회 우승자를 믿을 수 있을까
실전주식투자대회에서 우승한 도사들은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그들의 실전 투자수익률은 1,600퍼센트, 2,400퍼센트라는 천문학적 숫자를 자랑한다. 그들이 자신의 주장대로 실력을 가졌다면 조만간 재벌이 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우승자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재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 우승자들의 천문학적인 투자수익률은 어떻게 된 것일까? 진실은 우연히 행운을 잡은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서 1,000마리의 오랑우탄이 한자리에 모여서 동전 던지기 시합을 한다고 하자. 동전을 던져서 앞면만 나온 오랑우탄이 이긴다고 하자. 여러 번 동전을 던지다 보면 결국엔 한 마리만 남게 되고 우승을 할 것이다.
그러면 우승한 오랑우탄은 조만간 잡지에 대서특필된다. 동전 던지기 챔피언이라고, 그리고 TV에 나가서 동전 던지는 기술에 대해서 강연하고 책을 쓰고 할 것이다.
오랑우탄과 마찬가지로 나는 실전 투자대회 우승자가 실력을 가졌다기보다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얼마 전에는 실전투자자대회 우승자가 그의 투자 비결이 시세 조작인 것으로 탄로 나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증권사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 실전주식투자대회를 자주 개최하는데, 대회 참가자와 짜고 수익률을 조작해서 말썽이 난 경우도 있다.
그러니 부디 실전주식투자 우승자를 너무 믿지 마시길………..
주식 차트 분석은 의미가 없다는 의미인가. 의미가 없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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