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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평 생막걸리의 성공비결은 팬덤인가

by 거꾸로 아빠 202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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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생막걸리를 만든 지평주조는 전통 산업을 포노 사피엔스 시대로 이동시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평주조는 1925년 양평에서 시작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 제조기업 중 하나로 1960년 김교섭씨가 창업자로부터 인수하고 이를 아들인 김동교씨가 이어받으면서 가업으로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2009년 우리나라 막걸리 열풍이 식으면서 직원 3명에 매출 2억을 겨우 올리는 회사가 되어, 페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죠.

 



​이때 27세이던 대표이사의 아들인 김기환씨가 회사를 맡아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만 즐기는 막걸리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막걸리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품고 뛰어든 것이죠. 그리고 불과 9년 만에 매출액을 100배로 키우며 2020년 매출 목표 250억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매년 50%씩 매출 성장을 이루어낸 지평 생막걸리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지평막걸리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성공하려면 고객의 자발적인 팬덤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막걸리라면 당연히 맛이 좋아야 합니다. 김기환 대표는 회사를 맡자마자 막걸리 맛부터 바꾸었죠. 그냥 바꾼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객 시음회를 거쳐 가장 맛있다고 선택된 맛을 고른 겁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막걸리는 무조건 알코올 도수를 6도로 맞추어야 한다는 철칙을 깨트리고 5도로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달달한 단맛도 좀 더했죠. 이유는 오직 '고객이 그 맛을 더 좋아해서'입니다. 사실 막걸리 제조 방법과 맛은 사장님의 자존심입니다. 절대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이죠. 그걸 고객 데이터에 따라 과감하게 바꾼 겁니다. 모두가 반대하는 걸 단지 고객이 원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것이 성공의 첫번 째 조건입니다.

 

 

그리고 그 바꾼 맛을 철저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비에 큰 투자를 했습니다. 막걸리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정밀한 온도조절 장치인데 기존 장치로는 그것을 할 수 없어서 3배 비싼 비용을 투자해 숙성설비를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2030세대 고객들에 맞추어 SNS 마케팅을 시행하였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채널을 개설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시작한 것이죠. 사실 막걸리 회사 채널에 가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고, 또 그런 걸 시도하는 막걸리 회사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채널이 생기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맛을 본 고객들은 더욱 열광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SNS에 지평 막걸리 사진과 맛 후기를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소통이 지평 생막걸리의 초기 팬덤을 확산시켜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집중한 것은 유통입니다. 지평 막걸리의 유통 생태계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었죠. 주류 유통업체들에 다른 막걸리보다 더 높은 마진을 주고 협력업체에 사장님들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등 애써 유통망을 관리했습니다. 팬덤이 아무리 좋아져도 고객이 살 수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지금 대한민국 막걸리 1위는 서울을 중심으로 연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장수 막걸리'입니다. 그런데 지평 생막걸리의 전국 유통망은 오히려 장수 막걸리보다 앞선다고 합니다. 

 

최근 지평 생막걸리는 도수를 7도에 맞추고 막걸리 재료를 바꾼 프리미엄 막걸리 '지평생1925'를 내놓았습니다. 레트로 유행에 맞추어 우리나라 최초라는 지평의 스토리를 담아낸 것이죠. 고객의 데이터를 읽어 트렌드를 만들고 고객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SNS를 통해 성공한 전통기업은 셀 수 없을 만큼 크게 늘고 있습니다. SNS에서의 대인관계는 광고가 아닙니다. 지금도 지평주조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만 진정한 소셜 미디어의 대인관계력은 광고가 아니라 좋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지평 생막걸리를 먹어본 사람들이 '맛이 참 좋더라' 하며 올린 글과 사진이 100배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죠.

 

막걸리 회사가 어려울 때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아닌, 새로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소셜 미디어 기반의 대인관계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가끔 '나는 인스타그램이니 페이스북이니 그런 거 안 해.'라며 자랑하는 분들이 있지만 적어도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뜻이니까 자랑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새로운 대인관계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경험을 통해 어떤 소통 시스템인지 익숙하게 깊이 알아둘 필요는 있죠. 나의 회복탄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평주조는 문은 닫을 위기에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더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대로 사라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위기에서 일어난 힘은 긍정에서 탄생했지만 그 마음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고객이 찾지 않는 막걸리는 더이상 막걸리가 아니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막걸리는 무조건 6도가 아닙니다. 고객 마음의 온도에 맞추는 것이 정답입니다. '달콤한 맛은 막걸리가 아니다'라고 하면 고집이 되죠. 고집은 회복탄력성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제조와 유통이 왕이 아니라 고객의 입맛이 왕인 시대입니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면 회복탄력성이 자라납니다. SNS로 막걸리 광고를 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SNS는 광고가 아니라 소통을 위한 창구이며 함께 호흡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팬덤을 만들면 나의 회복탄력성을 올려줍니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작은 실패를 통해 근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막걸리의 진정한 맛을 몰라준다고 분노하지도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시대의 고객이 원하는 막걸리를 창조해나가면 되는 겁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팬덤을 만들어가는 작업도 짜릿한 기쁨이 되죠. 실패를 딛고 성공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이라는 강력한 방패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 방패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제 막걸리라는 단어를 지우고 그 자리에 당신의 마음을,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넣어보면 각자의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최근 개그콘서트가 종영하면서 지상파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이 종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콘의 종말이 개그맨들의 종말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세계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되어버린 유튜브에서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며 팬덤을 터뜨리는 개그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이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위에 막걸리 자리에 '개그'를 대입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렇게 해서 구독자 200만 명의 '흔한 남매' 채널이 탄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독자 179만 명의 '엔조이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강유미도, 김준호도 구독자 40만 명을 넘겨 순항 중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포맷의 개그 프로그램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팬덤을 만들면 다양한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함께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눈을 돌려 세상을 새로운 기준으로 바라보면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 길들이 새로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회복탄력성의 방탄조끼를 가슴에 두르고 도전을 시작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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