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실력으로 패션과 뷰티업계를 놀라게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일난다'의 창업자 김소희 대표입니다. 전문대학에 다니던 22세의 청년 김소희는 동대문 쇼핑몰에서 구입한 제품을 인터넷에 올려 판매해보면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바로 창업에 도전합니다.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로서 그녀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 인플루언서 마켓의 길을 엽니다. 김소희 대표는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된다. 옷이 아니라 문화를, 코스메틱이 아니라 매력을 만든다'라는 슬로건 아래 SNS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2005년 창업한 그녀는 국내 성공에 힘입어 2009년 자체 화장품 3CE를 론칭하면서 '난다' 스타일을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 일본과 중국에서 팬덤이 폭발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죠. 스타일난다는 동대문 브랜드가 디지털 플랫폼을 타고 글로벌시장으로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입니다. 2017년 매출 1,675억 원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뷰티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2018년 무려 6,000억 원의 거액을 받고 회사를 로레알에 매각했습니다. 불과 13년 만에 동대문 브랜드가 이룬 성과입니다.
2013년 제 2의 스타일난다로 불리는 '임블리'가 탄생합니다. 임블리는 인스타그램에 7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렸던 임지현씨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오픈한 패션뷰티 쇼핑몰입니다. 임블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2018년 매출 1,7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쇼핑몰에 그 유명한 '호박즙 사건'이 터졌습니다. 한 고객이 임블리 쇼핑몰에서 구입한 호박즙에서 곰팡이를 발견하고 환불을 요구했는데, 전체 상품에 대한 환불 대신 곰팡이가 발견된 하나만 해주겠다고 대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곧 다른 고객들도 불만을 제기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다른 문제로까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판매하던 화장품 속에 유해 성분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명품을 카피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의혹도 불거집니다. 또 납품하는 동대문 업체들에게 갑질한다는 논란까지 번지면서 여러 단체들과의 고소 고발까지 겹쳐 회사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임지현씨는 회사 임원직에서 물러나고 인플루언서 활동에만 전념하면서 재기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회사 매출은 당연히 곤두박질쳤고요.
이 두 사람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팬덤을 만든 것은 '실력'이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경험한 고객들이 좋은 리뷰를 달아주면서 점점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죠. 잘나가던 두 기업이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은 '오로지 고객을 위한다'라는 경영철학에 있어 '진정성'의 차이였습니다.
김소희 대표는 고객의 불만에 대해 최선을 다해 대응했을 뿐 아니라 좋은 품질의 유지를 위해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도록 항상 깔끔하게 대금 지불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자 더이상 가족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빨리 매각을 결정한 것도 고객에게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임블리 쇼핑몰의 고객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다른 쇼핑몰에 비해 결코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불성실한 고객 대응이 문제가 된 것은 그들이 그냥 구매 고객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믿고 구매한 '팬덤 고객'이었다는 것입니다. 팬덤에 기반한 소비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고, 그래서 그 신뢰가 손상되면 일반 소비에 더 큰 문제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많은 플랫폼에서 우리가 경험한 일이죠. 그래서 지속적인 진정성과 고객 중심의 경영이 매우 중요하고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성공은 고객에 대한 매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특히 직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성이 유지됩니다. 제품의 생산부터 배송까지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팬덤을 만들수도, 또 팬덤을 깨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팬덤'을 만드는 '실력'입니다. 그리고 이 실력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능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에서 팬덤이 유지되도록 하는 일은 종합 예술과 같습니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불만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무엇보다 고객의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몇 년 만에 수천억 원 매출의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이지만, 순식간에 몰락할 수도 있는 어려운 시장입니다.
스타일난다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뛰어난 스타일링과 디자인 실력입니다. 고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힘이죠. 또 그렇게 만든 킬러 콘텐츠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면서 거대한 팬덤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로지 고객' 이라는 김소희 대표의 진정성입니다. 팬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포장된 미소로 팬덤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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