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칸트는 평생 자기 마을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칸트는 다른 좋은 대학교에서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의 네 배를 준다는 제안을 했는데도 자기 고향을 떠나기가 싫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철학의 '철'자도 모르면서도 이사는 절대 안 가는 칸트형 붙박이족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칸트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영토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마을을 떠나서 잘 모르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대개 이사를 가더라도 가까운 곳이나 예전에 인연이 있던 동네로 가는 걸 좋아하며, 아주 멀리 가거나 전혀 낮선 곳으론 이사 가는 걸 꺼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혼 시절에 우연히 살았던 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뱅뱅 돌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이 안타까웠던 나는 신혼부부들에게 늘 "처름 사는 동네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하여 신혼집 선택에 신중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강남에 살고 있는 부자들은 영토 본능 때문에 먼 일산보다는 가까운 분당으로 이사 갈 걸로 예측했다. 그래서 분당을 추천했다. 내가 아는 한 은행지점장의 말도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주었다. 은행에서 대출 캠페인을 하면 일산지점이 1등을 한다고 했다. 반대로 예금 캠페인을 하면 분당이 상위권으로 일산을 이긴다고 했다. 이것은 영토 본능 때문에 강북 사람은 가까운 일산으로 이사 가고, 강남 사람은 가까운 분당으로 이사 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토 본능 때문에 노후 생활이 달라진 두 친구의 사례를 보자. 박고정 노인과 김이동 노인은 고교 동창이다. 박 노인은 결혼할 때부터 자기 집을 가지고 시작했다. 김 노인은 사글세에서 시작했다. 박 노인은 처음 마련한 자기 집에서 30년 넘게 살았다. 반면에 김 노인은 사글세에서 출발해서 20번 이사를 했다. 70이 넘은 두 노인의 재산 보유액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박고정 노은은 달랑 집 한 채와 약간의 현금이 재산의 전부다. 반면에 사글세로 시작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팔고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가고 해서 20번을 넘게 옮겨 다닌 김이동 노인은 현재 집이 세 채에 작은 건물까지 가지고 있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한 요인은 영토 본능을 극복한 이사 횟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젊을 때는 영토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서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돌아다니는 게 좋다. 나이 들면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사도 종아리에 힘이 있을 때 다녀야 한다. 종아리에 힘 있는 20대, 30대에 치열하게 살아야 노후가 편안해진다.
특히 수입이 일정한 샐러리맨의 재산 규모는 이사 횟수와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를 여러 번 한 사람일수록 재산이 많다. 그것은 이사 횟수에 비례해서 부동산을 보는 눈이 키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영토 본능을 극복해야만 부동산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얻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있다. 부동산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인다. 부동산의 변화를 읽고 정확히 판단하려면 여러 곳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영토 본능을 극복하면 부동산을 바라보는 수준이 확실히 올라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영토 본능을 극복하는 방법이 이사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이사를 많이 다니라는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토 본능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특히나 요즘같이 그 도구들이 다양해진 시대에는 굳이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그 방법은 다양하다. 집중해야 할 것은 그 도구들을 자유자재로 핸들링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영토 본능에 대한 이해만 충분하다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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