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자기 PR의 시대라고 한창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자기를 낮추고 숨기는 것이 더 이상의 미덕이 아니라 자기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자기가 누구인지도 진지하게 고민도 한 번 해볼 겨를도 없이 알려야 한다니 경쟁적으로 남들 따라 나를 포장하는 데에 급급했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본케와 부케로 자기의 페르소나를 분류하기 시작하고 내 안에 뭐가 또 숨어있는지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플랫폼이 그 짓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고 않하면 나만 손해 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다가 이제는 현실로도 점점 나타나고 있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나만의 브랜딩을 잘 만들어 가면 돈이 된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찿아내면 돈이 되는 세상이 왔으니 자기 안에 금광이 어디 있는지 찾아 해 메이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이 책은 바로 자기안에 있는 금광이 어디에 있는지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자기 안에 숨어있는 돈맥을 브랜드의 기획자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스캔해서 뽑아내길 바라본다. 읽어보시라.
달라진 시대에서 브랜딩이 여전히 외형을 포장하는 역할로만 인식되는 것은 몹시 아쉬운 일입니다. 브랜딩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브랜드와 무지야말로 요즘 시대에 요구되는 정교한 브랜딩을 하는 강력한 브랜드입니다. 이 두 브랜드는 지향하는 가치가 분명합니다.
이 가치는 철저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출발하였으며, 브랜드이름이나 메시지와 같은 브랜드 요소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제품 그 자체를 비롯하여 사람들이 이 제품을 접하게 되는 모든 단계의 경험을 통해 이 가치들을 실제로 누리며 공감하도록 합니다. 경험을 통한 공감은 브랜드와 사람들을 특별한 관계로 이어 줍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브랜딩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경쟁은 이미 한참 전부터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설명할 수는 없으나 왠지 섹시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나 감각'이 아닌 빈틈없이 치밀한 '전략'입니다.
브랜드가 살아가는 삶도 이런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설정된 정체성을 부여받고 출발선에 섰지만, 브랜드로서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을 살아가다 보면 브랜드 가치는 쉬이 흐트러지거나 변질되기도 합니다. 한 번 중심을 잃고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만 급급히 대응하며 살아가다 보면 종국에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조차 희미해집니다. 사람의 인생이나 브랜드의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요.
이런 시기를 맞는다면 브랜드도 결국에는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던 자신의 초심을 뒤져 소환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왜 존재해야 했던 브랜드였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려 했던 존재였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비로소 방황했던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브랜드의 전반적인 삶의 궤적이 사람들의 그것과 닮은 점이 많다고 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사람과 브랜드를 대하는 세간의 평가가 사뭇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죠. 끊임없이 노력도 하면서요. 스스로 존재의 불완전성을 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자기다움이나 초심을 잃은 사람, 그리고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각한 흠결을 가진 존재로 쉽게 낙인찍기보다는,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난다며 그 사람 안의 깊숙한 본질을 헤아리며 어루만져 주기도 합니다.
류시화 시인의 에세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 등장하는 표현처럼, “넌 불완전해. 언제까지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넌 아름다워"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정체성이 선명하지 않은 브랜드, 초심을 잃은 채 방황하는 브랜드에게 '불완전하기에 아름답다'라며 깊은 마음으로 헤아려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절대 많지 않습니다. '성에 차지 않으면 알 필요조차 없는' 존재가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바쁘고 바쁘고, 또 바쁘지요. 휴대폰만 있다면 혼자서도 몇날 며칠은 거뜬하게, 지루할 틈 없이 보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도 재미난 것도 너무 많고요. 그러니 손톱만큼이라도 관심이 가는 구석이 없으면 신경을 기울일 이유도 의지도 없습니다. 기가 막히게 운이 좋아서 그들의 관심을 끌었더라도, 그 관심이 식어 버리는 데는 검색어를 넣고 엔터를 치는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요.
한때는 궁금하게 하는 것, 신비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16부작 드라마도 30분 요약해 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의 도입부를 견디지 못하고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시작 후 곧장 곡의 클라이맥스가 나와야 한다고 하네요. 설사 어떤 영상이 계속해서 플레이되고 있어도 정작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은 휴대폰 메신저에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시간을 붙잡는 브랜드만이 그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하게 할 기회를 얻게됩니다.
사회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난해한 연애사에 끙끙 앓는 저를 보며 멋진 언니들이 해 주었던 충고는 지금도 되새기는 만고 불변의 진리입니다. "사람은 마음 가는 데 돈과 시간을 쓴다.” 사람 간의 관계를 되짚어 보게 되는 순간이면 상대가 저에게 베풀었던 시간을 반추해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있는 곳에 시간을 씁니다.
마음이 간다는 건 긍정적인 감정이 남는다는 뜻이고, 그 배경에는 상대와 자신이 공유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아닐까요. 그것이 함께한 시간이든, 어떤 주제에 관한 생각이든 서로가 공감하는 무언가 말이지요.
이 세상 모두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집니다. 누군가의 하루는 에세이에 담기고, 누군가의 하루는 기억나는 것 하나 없이 그냥 그대로 흘러가 버립니다. 더 많은 이벤트와 드라마가 있는 삶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정직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를 담아 남기느냐의 차이입니다.
이 서비스가 좋아 어떤 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진 사람들에게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가 그저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됐고, 운좋게 마음이 맞는 팀을 만나서 투자를 받아 오늘까지 왔다는 것에 그친다면 참 아쉬운 일입니다.
물론 그 모든 게 그 자체로 사실이겠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우연한 기회’를 만들게 된 관심사가 있었고, ‘마음이 맞는 팀’ 안에는 이런저런 성격이나 특성을 가진 팀원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순간순간의 에피소드가 있었을 겁니다. 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바로 사람들과 우리 브랜드를 더 가깝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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